참나무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참’나무라면 ‘진짜’나무라는 뜻인데 과연 어떤 나무가 진짜 나무일까. 그런데 식물도감에는 ‘참나무’란 이름이 없다. 대신 ‘참나무속’라는 이름이 나오고 여기에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가 있을 뿐이다. 이들을 통칭해 참나무라 일컫는 이유는 서로가 유전적으로 가까워 서로 다른 나무끼리 쉽게 인연이 맺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사이에 자식이 태어나면 떡신갈나무로 불린다. 상수리나무가 참나무속 나무와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된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상수리나무의 원래 이름은 ‘토리’였다.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간 선조는 제대로 먹을 음식이 없자 토리나무의 열매인 토리로 만든 묵을 먹었다. 묵 맛에 빠진 선조는 ..
동물의 혈관에 파란 잉크를 주사하면 온몸에 파란색이 퍼질까? 이런 궁금증은 이미 100년 전에도 있었고 당시 사람들은 ‘트리판 블루’라는 염색약을 혈관에 넣어 실험해 봤다. 예상대로 온몸에 파란색이 퍼졌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뇌와 척수에는 파란색이 퍼지지 않은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모든 피는 심장의 좌심실에서 나와 온몸을 돌고 다시 심장의 우심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우심방의 피는 우심실을 거쳐 허파에서 가스 교환을 하고 다시 좌심방으로 들어간다. 사람에게 심장이 하나뿐이고, 피가 똑같다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뇌와 척수에 파란 염색약을 막아주는 장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를 ‘혈액-뇌 장벽’(Blood-Brain-Barrier, BBB)이라고 부른다. 뇌와 척수의 관문, B..
9월 10일 남자 100m에 세계신기록이 달성됐다. 이탈리아 국제육상그랑프리에서 자메이카의 아사파 파웰은 9초74의 기록으로 2년 전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을 0.03초나 앞당겼다. 불과 2주 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의 타이슨 가이에 밀렸던 파웰은 이번 세계기록으로 무너진 자존심을 세웠다. 파웰의 기록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36.96km. 1초에 10.27m를 달린 셈이다. 10초 안에 승부가 갈리는 남자 100m 경기는 수많은 육상 종목 중에서도 특별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을 가리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기록을 단 100분의 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선수와 함께 과학자도 뛰고 있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100m에서 출발 반응속도는 기록 달성의 첫 단추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소 ..
지난 2002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공상과학(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워싱턴 DC을 배경으로 한다. 비교적 먼 미래인 만큼 이 영화에는 현재는 상상하기 어려운 첨단 장비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 중 하나가 로봇 거미다. 로봇 거미는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사람의 망막에 빛을 쪼여 신원을 확인한다. 신원 확인을 거부하면 전기 충격을 가하기까지 한다. 이를 테면 ‘지능형 미래 경찰견’이다. 그런데 왜 하필 거미일까. 영화에 답이 있다. 로봇 거미는 자세를 자유자재로 바꿔 가며 문틈 같은 좁은 공간을 파고든다. 사람의 몸도 거뜬히 기어오른다. 영락없는 실제 거미의 모습이다. 현재 과학자들이 생물의 움직임을 모방한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길게는 수천만 년 동안 진화를 통해..
‘쿠커비투릴’(Cucurbituril)이란 이름을 들어봤는가. 우스꽝스럽게 들리지만 최근 가장 각광받는 나노물질의 이름이다. 원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쿠커비투릴은 둥글넓적한 호박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박의 학명 ‘쿠커비타세’를 따서 이름이 지어졌다. 이 물질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건 1905년. 지금부터 약 100년 전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 물질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 몰랐다. 그 뒤 1981년 미국 윌리엄 목 박사가 쿠커비투릴을 X선회절법으로 분석해 속이 텅 빈 호박 모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 포스텍 김기문 교수는 쿠커비투릴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주목받는 호박형 분자, 쿠커비투릴에 대해 알아보자. 쿠커비투릴의 모양은 정확히 말하면 호박의 위아래를 수..
한가로운 주말 오후. 짠돌 씨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방에서 구르며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은 뜨거웠고 매미 소리는 청명하며 짠돌 씨 마음도 평화로웠다. 매주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드디어 집에서 제대로 ‘뻗을 수’ 있게 됐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쏘냐. 막신과 막희 남매는 늦은 점심으로 시킨 피자를 먹느라 짠돌 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 이 행복을 영원히 누리고 싶어라. 그러나 기쁨도 잠시, 막희가 칭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불길한 신호다. “엄마. 콜라 더 없어~?” “어머나. 작은 거라 그런지 벌써 다 마셨구나. 이제 더 없는데 어쩌지.” “헉, 막희 너 벌써 다 마셨어? 나도 콜라 마시고 싶은데~!” “냉장고 안에 오렌지 쥬스 있어. 그거라도 마시렴.” “싫어~ ..
종합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러 채널을 통해 K-1, UFC 같은 격투기 리그가 소개되면서 이제는 프로야구처럼 격투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격투기 리그에 출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선수는 단연 최홍만 선수다. 씨름 선수 출신으로 키 218cm, 체중 158kg에 달하는 거인에다 유머 감각까지 갖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 선수는 주로 건강 문제로 TV와 인터넷에 이름을 싣고 있다. ‘종양’ 그리고 ‘말단비대증’이라는 용어와 함께 말이다. 최 선수의 증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말단비대증이 어떤 병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말단비대증이란 한 마디로 신체의 끝부분이 커지는 병이다. 외..
온실가스로부터 지구를 지키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필요성에 힘입어 여러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되고 있지만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풍력발전이다. 사실 인류가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지 1만년, 풍차를 사용한 지 3000년이 넘었다. 풍력발전이 시작된 지도 100년이 넘었지만 그 동안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화력발전에 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는 풍력발전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풍력발전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자. 풍력발전은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변환하고, 발전기를 통해 전기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공학자들은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지난 8월 7일 미국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는 사건이 벌어졌다. 배리 본즈 선수가 행크 아론 선수가 세운 통산홈런기록 755개를 깨고 756번째 홈런을 친 것이다. 그런데 마땅히 떠들썩해야할 언론의 반응이 미지근했다. 오히려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야구 전문가 7명의 반응을 내보내 “대기록은 인정하나 위대함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배리 본즈의 기록이 이처럼 냉대를 받는 이유는 그의 홈런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만든 ‘약물 홈런’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88서울올림픽에서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이 약물복용(도핑, Doping)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한 사건 이후로 운동선수의 약물 복용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등장하는 이슈다. 홈런 기록의 가치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고 운동선수의 도핑에 대해 알아보자..
“색이 이렇게 바래 버렸네…” 오래간만에 책장 정리를 하던 A씨는 낡은 토익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대학가에 영어 열풍이 몰아치던 1996년, 하루가 멀다 하고 사들인 문제집 중 하나가 눈에 띈 것이다.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처럼 누렇게 변한 교재를 만지작거리며 A씨는 신입생 시절의 추억으로 빠져든다. 순간 그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만든 지 겨우 10년이 지난 책이 이 정도인데 고려나 조선시대의 서적들은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있는 거지?” 문자를 사용하려면 그것을 ‘기록할’ 대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처음에는 파피루스, 대나무, 비단, 짐승의 뼈를 썼다. 그러나 가장 편리했던 건 역시 종이였다. 글씨가 잘 써지는 데다 운반이 쉽고 차곡차곡 쌓아 보관할 수 있었다. 현재의 노하우를 미래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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