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해방 이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썼던 말이다. 컴퓨터와 통신기기 등 첨단 전자장비에 반드시 들어가는 반도체 분야에 이 말이 적용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이 대통령이 알면 얼마나 반가워할까.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구분되어 삼성전자와 인텔이 각각 세계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차세대 반도체에서는 이런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존 업체가 가진 기득권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시스템온칩(System-On-Chip; 이하 SOC) 기술을 적용하면 프로세서(CPU),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메모리, 고주파, 로직 등 시스템 구성 요소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
연말연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기 위해 아직도 많이 찾는 장소가 있다. 대중 목욕탕이다. 어떤 사람들은 찌든 때를 말끔하게 벗겨내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은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대중 목욕탕을 찾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대중 목욕탕은 여전히 우리 생활 주변에 있고 대중의 사랑의 받고 있는 우리의 독특한 문화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대중 목욕탕 속에는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항상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무심코 보아 넘기는 욕탕 바닥의 타일, 욕탕의 윗물이 뜨거운 이유, 목욕탕에서 노래하면 고운 소리가 나는 이유, 사우나실에 들어가면 피로가 풀리는 이유 등이 그것이다. 무심코 보아 넘길 수 있는 이런 욕탕 속의 다양한 현상들을 한번 들여다 본다. 옷을 벗고 뜨거운 증기와 온수가 가득한 ..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린 영화 테잎을 보다가 스펙터클한 장면이 나오면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거 극장에서 봤으면 정말 멋있었겠다...라고. 이런 중얼거림은 영화관에서 보는 대형화면과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서라운드 음향효과를 상상하며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이젠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 흔히 가정 극장이라 불리는 홈시어터(Home Theater)의 등장으로 이제 집 안에서도 언제든지 자신만의 극장을 꾸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올 한해 홈시어터 시장 규모가 16만대를 넘어서고 있으며 보급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홈시어터 시스템이 어떤 원리로 이루어져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그저 고가의 제품이니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곤 한다. ..
그리스 신화에서 보면 태양의 신 아폴론의 구애를 받았던 무녀 시빌레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폴론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녀에게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시빌레는 바닷가의 모래를 한 줌 쥐고, 이 모래알의 개수만큼의 햇수를 수명으로 달라고 한다. 아폴론은 이 소원을 들어주었으나, 시빌레는 깜빡 잊고 영원한 젊음을 같이 달라는 소원을 비는 것을 잊었다. 만약 시빌레가 아폴론의 구애를 받아들였더라면 자연스럽게 영원한 젊음을 가지게 되었겠지만, 그녀는 결국 아폴론을 거절했기에 속절없이 남은 세월을 늙어가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너무 늙고 쪼그라들어 나뭇잎처럼 가벼워졌지만, 아직도 삼백 번의 봄과 삼백 번의 가을을 맞이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 한숨을 쉬었다. 인생의 절정기의 나이에 ..
해마다 대학 수학능력평가 시험날 오후가 되면 신문, 방송들은 문제 경향과 난이도 분석에 한바탕 야단법석을 피운다. 2003년에도 역사는 되풀이 되었다. 올해 대부분의 수험생이 가장 어려운 문항으로 꼽은 것은 양자역학에 대한 문제였다고 한다.양자역학은 수험생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생소하고 놀라운 이론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양자역학은 이미 양자역학의 산물이라 불리는 컴퓨터, TV, 전화 등을 통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다. 20세기에 이루어진 물리학의 발견 중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 분자나 원자, 소립자 등의 미시적 세계의 역학을 다루기 때문에 입자 세계에서의 현대 물리학으로 불리기도 한다. 원자나 분자 단위의 극미세 물질..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네아스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남겼다. 그리스 군에게 패배한 아이네아스는 부하를 끌고 7년을 방랑한 끝에 라티움이라는 땅에서 로마 제국의 기초를 세운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이네아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고하는 무녀 시빌레의 도움을 받아 지하 세계를 방문하여, 항해 도중 시칠리아 섬에서 죽은 아버지 안키세스를 만난다. 안키세스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조물주는 물, 불, 공기, 흙이라는 네 가지 원소로 영혼을 구성하는 물질을 만들었는데 모두를 결합하면 가장 탁월한 성질을 가진 불꽃이 된다. 이 물질은 태양과 달과 별 같은 천체 사이에 씨앗처럼 흩뿌려졌다. 하위의 신들은 이 씨앗에 여러 가지 비율로 흙을 섞어 ..
화상전화를 통해 사랑을 키워가는 남녀가 있다. 어느 날, "영자씨...사랑합니다...우리 결혼합시다..." 하면서 로맨틱하게 청혼을 하는데, 그 중요한 순간에 전화가 끊어졌다면 얼마나 맥 빠지는 광경이 될 것인가. 이런 상황은 좀 과장되었다 해도 실제 중요한 서류를 주고받거나 동영상을 보는데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갑자기 통신이 끊겨 난감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일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처리 속도는 거의 무한대로 빨라 질 것이라는 기분 좋은 전망이 있다. 바로 광통신(optical communication)이 그 주역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발전하고 인터넷으로 쇼핑하거나 영화 보는 일 등이 일상화되면서 단순한 문자 위주의 이메일 서비스에 비해 통신망을 통..
스키의 계절이 다가왔다. 지금은 스키가 어느 정도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지만 원래의 스키는 적설량이 많은 지역에서의 유용한 교통수단이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눈이 많은 노르웨이나 북유럽, 시베리아 일대에서 스키는 일찍부터 겨울철의 주요한 이동 수단으로 널리 발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스키는 왜 그토록 유용한 이용 수단이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스키를 타고 있으면 쌓인 눈의 높이가 얼마이든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눈 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무것도 신지 않고 눈 위에 서면 발이 푹푹 빠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스키를 타면 눈의 높이에 크게 구애됨 없이 눈 위에 설 수 있다. 그것은 스키의 적절한 압력분산에 의해 가능하다. 압력은 일정한 면적에 얼마만큼의 힘이..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를 하고, 자연스럽게 새끼를 낳아 기르는 평화로운 자연의 질서가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암컷 생식기를 달고 있는 수컷 악어, 암수가 완전히 뒤바뀐 물고기, 암컷끼리 둥지를 트는 갈매기 등 이른바 동물의 성전환과 성혼란이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생체반란이 인간에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불행하게도 우리 인간도 이미 그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일본 데이쿄(宰京)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의 정자수가 40대, 30대, 20대 순으로 적어지고 있으며, 그 이유를 첨가물이나 환경호르몬이 포함된 인스턴트식품에 노출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미 알려진 바대로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을 비롯하여..
흔히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인 ‘타임’ 표지에는 ‘부시 대통령’ 이나 ‘테레사 수녀’ 등 유명인사의 사진이 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1987년 2월말 타임 표지에는 사람이 아닌 뱅(Bang)이란 제목으로 폭발하는 별의 모습이 실려 있었다.별의 마지막 순간인 초신성(일명 케플러의 별)에 관한 특집기사가 게재된 것이다. 큰 별은 임종하는 순간 대폭발을 일으키며 그 밝기가 갑자기 수백만 배가 된다. 멀리 있는 별은 그 밝기가 작아서 보이지 않다가 폭발하는 순간 백만 배나 밝아지므로 그 모습이 보이게 된다. 그러나 폭발 에너지가 없어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므로 보이지 않게 된다. 이렇게 갑자기 밝게 나타나는 별의 마지막 순간을 초신성 또는 손님별(客星)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손님별은 몇 백 년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