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87년 작 ‘태양의 제국’에는 짐이라는 영국인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상하이의 외국인 수용소에 갇힌 짐의 시선을 빌려 모든 전쟁에 대한 반대의 뜻을 담아낸다. 특히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는 짐이 일본군의 제로 전투기와 미군 P-51 무스탕의 피 튀기는 공중전에 열광하는 장면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이 역설적으로 묻어난다. 스필버그 감독이 비행기를 전쟁의 중요한 상징물로 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은 공중 전력에 의해 승패가 갈렸다고 할 정도로 ‘비행기의 무기화’가 비약적으로 진척된 사건이다. 이 가운데 비행기의 성능도 일취월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발달한 항공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비행기..
2003년 10월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인체에 무해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인체 장기의 영상을 얻는 발견이 의학 진단과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며 미국의 폴 로터버와 영국의 피터 맨스필드 박사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이 발명한 것은 바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다. 사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주는 도구의 발전은 의학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1590년 얀센이 발명한 현미경은 세포를 관찰하도록 했고, 1895년 뢴트겐이 발명한 X선은 사람의 몸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했으며, 1933년 에른스트 루스카와 막스 크놀의 전자현미경은 바이러스와 분자 세계까지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1973년 폴 ..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였다. 초보주부 김 씨는 장을 보러 갔기 때문에 당연히 아이들 뒤치다꺼리는 짠돌 씨의 몫이었다. 유통기한이 다 된 우유로 플라스틱을 만들고, 약통에서 오래 전부터 뒹굴고 있던 비타민제를 꺼내 실험까지 했는데도 김 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손에 우유 플라스틱 덩어리를 잔뜩 묻히고, 얼굴에는 비타민제 가루를 덕지덕지 바른 애들을 본 순간 짠돌 씨는 결심했다. 얘들을 목욕시키는 거야! “아빠, 비누가 너무 작아졌어. 큰 비누 줘~.” 욕조에서 비누를 갖고 놀던 딸 막희가 칭얼댔다. 목욕하기 직전에 개봉했던 새 비누가 어느새 작게 줄어든 것을 보며 짠돌 씨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저 아까운 비누를! 이런 짠돌 씨의 속마음도 모르고 막희는 계속 큰 비누를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새 비..
지난 2월 11일 미국 샘휴스턴주립대 심 터우충 박사는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는 왼쪽 귀에 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00명을 대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말을 녹음해 왼쪽 귀와 오른쪽 귀에 들려준 결과 왼쪽 귀로 들었을 때 더 정확히 기억했다는 것. 연구팀은 왼쪽 귀와 연결된 우뇌가 감정조절에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들려준 말을 정확히 기억한 수는 왼쪽 귀 70명, 오른쪽 귀 58명이다. 12%의 차이일 뿐이지만 앞으로 꼭 연인의 왼편에 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12%면 대단하지 않은가. 단 1%의 확률에도 목숨을 거는 것이 사랑이니 말이다. 사실 사랑의 성공률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연구는 꽤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따분한’ 사랑 이야기도 알아두면 도움 될 때가 있을..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목 디스크 걸린다 요즘에는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는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도 많이 발생하는데, 젊은 층의 목 디스크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다. 목 디스크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와 동반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경추 뼈와 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탈출하거나 파열돼 경추신경이 자극을 받아 목이나 어깨, 등, 팔에 통증이나 신경학적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특히 20대 목 디스크 환자의 증가가 눈에 띄는데,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스마트폰의 이용 시간이 높고 활용률도 높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줄이고 자세를 고치는 것이 목 디스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개를 1cm씩 숙일 때마다 목뼈에..
“실재(實在)가 뭐지?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만약 느끼고 맛보고 냄새 맡고 보는 것들을 실재라고 한다면 그 모든 것은 그저 뇌에서 받아들인 전기신호에 불과해.” 1999년에 세계적인 화제를 몰고 온 영화 ‘매트릭스’에서 전설적 해커였던 모피어스가 한 말이다. 이 영화 속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이 현실 세계와 똑같이 만들어낸 가상현실 세계를 살아간다. 어찌나 사실적인지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신이 가상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사실 가상현실이라는 기술이 추구하는 원래 목표가 매트릭스와 같은 ‘원격현전’이다. 원격현전이란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조성한 어떤 환경 속에서 실재하고 있음을 경험한다는 의미다. 많은 언론들은 2016년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산..
“혈액 부족 문자가 또 왔네. 요즘 혈액이 정말 부족한가봐. 이번 주에 헌혈하러 가야겠다.” “정말? 헌혈하면 빨리 늙는다는 얘기 못 들어봤어? 헌혈하면 우리 몸이 무리해서 피를 만들어 내느라 골다공증에 걸리고 키도 안 자란대.” “이 친구야. 몸 속 혈액량의 15%는 여유분인데, 1회 헌혈량인 400~500ml 정도는 거기 미치지 못하는 양이야. 우리 몸은 매일 50ml 정도의 새로운 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또 헌혈로 몸에서 빠져나가는 성분은 주로 철분인데, 칼슘 부족으로 골다공증에 걸린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음, 그런가?” 헌혈하면 뼈가 약해진다는 둥, 헌혈 주사 바늘에 병이 옮는다는 둥의 ‘헌혈괴담’에게 귀가 솔깃해진 적이 있는지. 마침 6월 14일은 국제적십자사연맹이 정한 세계 헌혈인의 날..
푸른색 눈에 흰 피부를 가진 금발. 서양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미인의 조건이다. 그런데 많은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푸른색 눈에 흰 피부의 금발’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2006년 10월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미국인 가운데 푸른색 눈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100년 전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었다고 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푸른색 눈, 흰 피부, 금발 모두 ‘열성’이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중학교 생물시간에 배운 ‘멘델의 법칙’이 생각날 것이다. 멘델은 다른 형질의 완두콩을 교배했을 때 다음 세대에 나타나는 형질을 ‘우성’, 나타나지 않는 형질을 ‘열성’이라고 하는 ‘우열의 법칙’을 제시했다. 완두콩에는 법칙에 따라 잘 나타났지만 사람의 유전..
뻐꾸기와 찌르레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탁란’으로 유명한 새다. 알을 대신 맡기는 것도 모자라 이들은 이보다 더 파렴치한 행동도 한다. 자기 알이 잘 자라고 있는지 조사해서 자기 새끼가 없는 보모 새의 둥지를 초토화한다. 탁란을 알아채고 버린 보모 새에게 보복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을 일명 ‘마피아 새’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조직폭력배(조폭)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동물은 이들 말고도 많다. 단, 조폭이 인간의 특수 집단인 만큼 이들의 행위도 인간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단 말이다. 조폭의 세계라면 ‘보복’ ‘배신’ ‘잔혹’ ‘불법’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데 이런 특징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먼저 ‘보복행위’의 대표로 나는 고양이를 꼽고 싶다. 고양이는 자기를 ..
돌고래 소리, 콧물 때문에 나온다 돌고래는 자신의 고주파 소리를 이용해 먹이의 위치나 속도를 파악해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돌고래의 사냥법이 ‘콧물’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음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돌고래는 분수공 아래의 비강을 통해 소리를 내는데, 돌고래 특유의 소리는 비강 속의 공기가 서로 부딪히고 움직이기 때문에 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 공기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고 또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소리를 내는 정확한 방법은 알 수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연구소는 돌고래 소리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집중변수모델’을 적용했다. 집중변수모델은 복잡한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어 측정하는 방법이다. 연구원들은 이 방법을 돌고래 소리에 적용했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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