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커비투릴’(Cucurbituril)이란 이름을 들어봤는가. 우스꽝스럽게 들리지만 최근 가장 각광받는 나노물질의 이름이다. 원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쿠커비투릴은 둥글넓적한 호박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박의 학명 ‘쿠커비타세’를 따서 이름이 지어졌다. 이 물질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건 1905년. 지금부터 약 100년 전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 물질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 몰랐다. 그 뒤 1981년 미국 윌리엄 목 박사가 쿠커비투릴을 X선회절법으로 분석해 속이 텅 빈 호박 모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 포스텍 김기문 교수는 쿠커비투릴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주목받는 호박형 분자, 쿠커비투릴에 대해 알아보자. 쿠커비투릴의 모양은 정확히 말하면 호박의 위아래를 수..
한가로운 주말 오후. 짠돌 씨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방에서 구르며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은 뜨거웠고 매미 소리는 청명하며 짠돌 씨 마음도 평화로웠다. 매주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드디어 집에서 제대로 ‘뻗을 수’ 있게 됐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쏘냐. 막신과 막희 남매는 늦은 점심으로 시킨 피자를 먹느라 짠돌 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 이 행복을 영원히 누리고 싶어라. 그러나 기쁨도 잠시, 막희가 칭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불길한 신호다. “엄마. 콜라 더 없어~?” “어머나. 작은 거라 그런지 벌써 다 마셨구나. 이제 더 없는데 어쩌지.” “헉, 막희 너 벌써 다 마셨어? 나도 콜라 마시고 싶은데~!” “냉장고 안에 오렌지 쥬스 있어. 그거라도 마시렴.” “싫어~ ..
종합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러 채널을 통해 K-1, UFC 같은 격투기 리그가 소개되면서 이제는 프로야구처럼 격투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격투기 리그에 출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선수는 단연 최홍만 선수다. 씨름 선수 출신으로 키 218cm, 체중 158kg에 달하는 거인에다 유머 감각까지 갖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 선수는 주로 건강 문제로 TV와 인터넷에 이름을 싣고 있다. ‘종양’ 그리고 ‘말단비대증’이라는 용어와 함께 말이다. 최 선수의 증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말단비대증이 어떤 병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말단비대증이란 한 마디로 신체의 끝부분이 커지는 병이다. 외..
온실가스로부터 지구를 지키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필요성에 힘입어 여러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되고 있지만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풍력발전이다. 사실 인류가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지 1만년, 풍차를 사용한 지 3000년이 넘었다. 풍력발전이 시작된 지도 100년이 넘었지만 그 동안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화력발전에 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는 풍력발전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풍력발전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자. 풍력발전은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변환하고, 발전기를 통해 전기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공학자들은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지난 8월 7일 미국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는 사건이 벌어졌다. 배리 본즈 선수가 행크 아론 선수가 세운 통산홈런기록 755개를 깨고 756번째 홈런을 친 것이다. 그런데 마땅히 떠들썩해야할 언론의 반응이 미지근했다. 오히려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야구 전문가 7명의 반응을 내보내 “대기록은 인정하나 위대함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배리 본즈의 기록이 이처럼 냉대를 받는 이유는 그의 홈런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만든 ‘약물 홈런’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88서울올림픽에서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이 약물복용(도핑, Doping)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한 사건 이후로 운동선수의 약물 복용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등장하는 이슈다. 홈런 기록의 가치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고 운동선수의 도핑에 대해 알아보자..
“색이 이렇게 바래 버렸네…” 오래간만에 책장 정리를 하던 A씨는 낡은 토익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대학가에 영어 열풍이 몰아치던 1996년, 하루가 멀다 하고 사들인 문제집 중 하나가 눈에 띈 것이다.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처럼 누렇게 변한 교재를 만지작거리며 A씨는 신입생 시절의 추억으로 빠져든다. 순간 그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만든 지 겨우 10년이 지난 책이 이 정도인데 고려나 조선시대의 서적들은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있는 거지?” 문자를 사용하려면 그것을 ‘기록할’ 대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처음에는 파피루스, 대나무, 비단, 짐승의 뼈를 썼다. 그러나 가장 편리했던 건 역시 종이였다. 글씨가 잘 써지는 데다 운반이 쉽고 차곡차곡 쌓아 보관할 수 있었다. 현재의 노하우를 미래로 전..
일본 소아과 의사 테라사와 마사히코는 그의 저서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약이 듣지 않거나 같은 병을 반복해서 앓는 아이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12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이염 같이 예전에 쉽게 나았던 병이 점점 낫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왜 잘 낫던 병이 낫기 힘들어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인류의 ‘대세균무기’인 항생제의 위력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항생제 내성균’은 점점 늘고 있다. 심지어 예전에 완전히 섬멸했다고 생각한 병균도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류는 내성균의 역습을 이겨낼 수 있을까? 세균에게 일방적으로 패했던 인류가 ‘무기’를 갖게 된 지는 80년도 안된다. 1928년 스코틀랜드 생물학자 알..
오나전 씨는 소중 씨와 함께 모처럼 산으로 데이트를 나왔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푸른 잎이 쑥쑥 돋아난 자연 속으로 들어오자 가슴까지 탁 트이는 것 같았다. 한참을 걷다가 이윽고 나전 씨가 계획한(?) 소나무 숲과 참나무 숲으로 나뉜 갈림길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등산객의 출입이 드문 곳. 나전 씨는 오늘은 용기를 내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소중 씨, 저… 여, 여기 사람도 별로 없고 차암~ 근사하네요.” “네, 정말요. 좀 더워지려고 했는데 숲이 보이네. 우리 숲으로 가요.” “(아자!) 그래요 요즘 같은 더위엔 숲길을 거닐며 삼림욕하는 게 최고에요! 우리 어느 숲으로 갈까요?”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비를 피할만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두 사람은 비를..
“20세기 물리학에 기여한 보어의 업적은 마땅히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꼽아야 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리처드 로즈는 닐스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 1885~1962)의 업적에 대해 이같이 썼다. 현대물리에 아인슈타인이 차지하는 자리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확고하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꼽힌 보어는 어떤 업적을 남겼을까? 보어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출생했다. 그의 아버지 크레스드얀 보어는 유명한 코펜하겐대 생리학교수였고, 어머니 엘런 아들러 보어는 부유한 유대인 가문 출신이었다. 보어는 유복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그는 대학생 때 표면장력을 결정하는 방법인 ‘물 분사의 진동’에 대해 실험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해 덴마크 ‘왕립 과학문..
불가능이 없다던 나폴레옹도 결국 러시아의 추위 때문에 패전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극점에 도달하려던 무수한 시도 역시 추위 때문에 번번이 좌절됐다. 극지방은 추위가 생명과 직결된 곳. 남극은 최대 영하 75℃까지, 북극은 최대 영하 53℃까지 내려간다. 극지방에서 살얼음을 잘못 디뎌 물속에 한번 빠지면 5분 내 몸을 말리지 않는 이상 얼어 죽는다. 맨손으로 10분 이상 노출되면 손은 기능을 상실해 잘라내야 할 정도다. 그런데 이런 공포의 추위에도 옷 하나 입지 않고, 보일러 한번 틀지 않고 꿋꿋하게 사는 생물들이 있다. 그것도 생각 이상으로 많다. 극지방에는 분해자인 세균부터 최상위 포식자인 북극곰까지 제대로 균형 잡힌 생태계가 존재한다. 과연 극지방에 사는 동물들은 어떻게 추위를 견디며 생존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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