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는 187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측과 전통을 고수하는 측과의 정치?군사적 충돌이 주된 줄거리다. 총탄에 뚫린 갑옷을 입고 쓰러지는 당대 최고의 사무라이 카추모토는 패퇴하는 전통세력을 은유한다. 사무라이는 근접전에서는 당할 자가 없는 최고의 전사였지만 근대화의 상징인 총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놀라운 건 영화의 배경과 비슷한 시대의 조선군은 이미 방탄조끼를 지급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근대화가 상당부분 진척돼 있던 일본은 물론 서양 제국도 생각지 못한 세계최초의 ‘개인 총탄보호구’였다. 실전에서도 성능을 입증한 조선군의 방탄조끼에 관해 차근차근 살펴보자. 방탄조끼는 말 그대로 총탄을 막기 위해 상체에..
최근 개봉한 영화 ‘묵공’, 1998년 ‘라이언일병 구하기’, 이보다 앞선 1956년 ‘전쟁과 평화’ 등 전쟁 영화는 참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영화가 참혹해도 실제 전쟁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실제 전장보다 피가 덜 보이기 때문이다. 포탄이 난무하는 곳에서 피 흘리는 병사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 그들에게 흐르는 피는 공포인 동시에 곧 죽음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출혈이다. 내출혈은 야전에서 군인이 사망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후송하는 동안 압박붕대로 부상병을 아무리 감싸도 내출혈은 멈추지 않는다. 만약 부상당하자마자 내출혈을 멈출 수 있다면 생명을 잃거나 사지를 절단해야 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생사를 가르는 지혈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억울해” 테이블 한 쪽에 배를 깔고 앉아있던 검은 전갈 아웃레스가 씹어뱉듯 말을 던졌다. 비좁은 오두막에서 그의 목소리는 생생하게 울렸다. 한참 침묵만 지키고 있던 그의 한마디에 다른 이도 고개를 들었다. “뭐가 억울하다는 거죠?” 드라큐리가 물었다. 그녀는 아웃레스가 바닷가에 있는 이 낡은 오두막에 몸을 숨겼다가 만난 박쥐 소녀였다. 사람들을 피해 가족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는 그녀는 이름이 촌스럽다는 아웃레스의 말에 ‘당신 이름도 만만치 않아요!’라고 톡 쏘아붙인 후 천장에 발을 걸고 졸고 있었다. “그저 갖고 태어난 독 때문에 고향에서 도망쳐 이런 오두막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데 그럼 안 억울하겠어?!” 아웃레스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분을 삭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독을 써 본 적이 없는 아웃레스의 ..
해마다 돌아오는 달콤한 유혹의 시기다. 사랑 고백을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는 상업적인 의도가 짙게 깔려있지만 의도야 어쨌든 초콜릿과 사탕은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초콜릿과 사탕은 모두 당(糖)이 잔뜩 들어있는 기호품. 사랑의 달콤한 맛이야 얼마든지 환영하겠지만 당에 포함된 과도한 열량은 부담된다. 당의 대표주자는 단연 설탕이다. 설탕은 기원전 4세기 경 인도에서 제조된 이래 지금까지 인류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대량생산돼 가격이 싸지만,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14세기만 해도 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오랜 설탕의 지위가 위협받게 됐다. 웰빙 바람이 불며 비만, 당뇨병, 충치의 주범으로 몰린 것이다. 설탕을 대체할 새로운 당이 필요해졌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설탕보다 수백 배..
화학의 발전은 연금술사의 공이 크다. 철이나 구리 등 값싼 금속으로 값비싼 금을 만드는 연금술은 수많은 과학자를 자극했다. 비록 연금술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거나, 새로운 성질이 밝혀지기도 했다. 원래 물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성질의 물질을 만든다는 점에서 연금술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늘날에도 연금술사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물론 값싼 금속으로 금을 만드는 고대의 연금술은 아니다. 대신 플라스틱으로 금속을 만들려는 연금술사다. 이들이 만드는 것은 바로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이다. 전기에 감전되지 않도록 전선을 피복한 것이 플라스틱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로 들린다.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선 플라스틱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플라스틱이 세상에..
햇살이 환한 오후. 반달가슴곰이 앞마당에서 세차를 하고 있다. 즐겁게 거품을 닦아내는 반달가슴곰의 환한 얼굴이 점점 클로즈업된다.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성우의 멘트가 흘러나온다. “10억을 받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는 거라고 합니다.” 이 광고는 전파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10억의 꿈(?)을 안은 신규가입요청과 이미 가입한 보험을 확인해주길 바라는 서류가 파도처럼 보험회사로 밀려 들어왔다. 담당자 김 대리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서류더미를 보며 ‘에잇~사표 쓸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와 확인요청서류부터 하나씩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발신] 안경가마우지(Phalacrocorax perspicillatus) 제목] 1억이라도 받고 싶습니..
발렌타인데이, 설날, 졸업과 입학 등 행사가 많은 2월이다. 행사에는 꼭 따라붙는 것이 있으니 곧 선물이다. 그런데 선물이나 필요에 의해서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우리는 판매자들이 펼쳐놓은 그물과 낚시에 걸리기 십상이다. 우리 속을 훤히 꿰고 있는 판매자들이 만들어놓은 교묘한 함정이 곳곳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함정은 사람 심리의 약점을 파고들기 때문에 상술의 근간이 되는 심리학을 알지 못하면 어김없이 이 함정에 걸리게 돼 있다. 생활 속에 깊이 숨겨져 있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경제 활동의 낚시와 그물, 함정을 파헤쳐보자. #1 지난해 8월 ‘가짜 명품 시계’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기를 당했던 유명 연예인 중 한명인 K양은 5900만원의 피해를 봤다고 한다.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별..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는 서로 ‘통하는’ 사이였다. 지난 해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한 해를 빛낸 10대 연구 중 2위로 꼽은 연구다. 과학자들은 3만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이빨 근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재 인간과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가진 크로마뇽인 사이에 근친교배가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50만년 전 같은 조상을 두고 있는 사이로 밝혀졌다. 이처럼 말이 없는 죽은 자들의 과거는 어떻게 밝히는 것일까? 죽은 자의 화석에서 인류의 발달사를 밝혀낸 주인공은 ‘DNA 고고학’ 이다. DNA 고고학은 유물, 유적 등의 DNA를 분석해 옛 인류의 삶을 복원하는 학문이다. DNA를 분석하면 생물 간의 연관관계를 밝힐 수 있다. ..
“아빠! 엄마 언제 와요?” “엄마는 내일 오셔. 이모랑 같이 외할머니 모시고 제주도 가셨잖니.” “우린 왜 안 데리고 갔어요?” “음.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가 올해 환갑이시거든. 그래서 설날 연휴에 외가의 여자 분들끼리만 제주도로 여행가신거야.” “나도 데리고 가지. 심심한데…. 아빠, 나 심심해요.” “심심해? 그럼 뭐하고 놀까?” “나도 친구들처럼 연날리기 하고 싶어요.” “연? 오늘은 설날이라 상가도 전부 문을 닫았잖아. 어떻게 연을 만드니?” “아빤 과학자잖아요. 엄마가 아빠는 뭐든지 다 만들 수 있다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래? 엄마가 그랬단 말이지? 그럼 연우를 위해 조금 독특한 연을 만들어볼까?” “독특한 연?” “우리 연우 축구 좋아하지?” “네!” “축구의 바나나킥처럼 빙글빙글 회전..
미국의 주간지 ‘라이프 매거진’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의 한 사람으로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를 꼽았다. 이보다 앞서 2005년 말 크로아티아는 테슬라 탄생 150주년을 맞아 2006년을 ‘니콜라 테슬라의 해’로 정했고, 세르비아는 2006년 3월 베오그라드 국제공항이름을 ‘테슬라 공항’으로 바꿨다. 테슬라를 두고 미국,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가 서로 자기 나라의 발명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856년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세르비아인으로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간 테슬라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과학자 테슬라,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세계가 이렇게 새롭게 주목을 하는 것일까? 테슬라는 현대 전기문명을 완성한 천재 과학자다. 현대 전기 문명의 근간이 되는 교류를 발명했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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