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9일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할 18가지의 우주과학실험이 정해졌다. 그중 하나는 우주에서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이 들어있는 ‘식물 성장 팩’에 씨앗을 심어 식물이 우주에서 어떻게 싹을 틔우고 자라는지를 관찰한다는 것이다. 우주를 여행할 영광을 안은 씨앗은 아직 결정되기 않았지만 토종식물인 콩과 벼가 유력하다. 특히 콩의 경우엔 1~2일만 길러도 콩나물이 쑥쑥 자라기 때문에 생장관찰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사람도 가기 어려운 그 머나먼 우주에 왜 식물이 가는 걸까. 우주에서 식물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식물이 우주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0..
흔히 ‘보는 만큼 안다’고 한다. 보는 능력이 생각의 폭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얻는 정보 중에 눈을 통한 것이 80%라고 하니 사람의 감각기관 중 눈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사람의 눈은 무려 1만7000가지 색을 구분하고 1km 떨어진 거리에서 촛불의 1천분의 1밖에 안 되는 빛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사람의 눈도 0.4~0.75μm 크기 이상의 파장으로 만들어지는 빛이 망막에 맺힌 상을 볼 뿐이다. 즉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양 생각하겠지만 이는 세상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동물의 눈은 사람과 다르다. 보는 것이 다르니 느끼는 세상도 달라진다. 과연 동물은 어떤 세상을 보며 살고 있을까? 하늘을 날며 세상을 둘러보는 새는 사람보다 색채가..
지난 12월 미국 콜로라도대 준 예 교수팀이 스트론듐(Sr) 원자시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스트론듐 원자시계는 현재 쓰이고 있는 세슘(Cs) 원자시계의 정밀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원자시계다. 아직은 세슘 원자시계 정도의 정밀도에 불과하지만 기술적인 보완이 되면 세슘 원자시계보다 훨씬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시계의 표준이 되는 시계, 가장 정확하고 가장 정밀한 시계가 바로 원자시계다. 원자시계는 수십억분의 1초를 측정할 수 있고, 수십만 년에 1초 틀릴까 말까 할 정도다. 일상생활이라면 1초의 구분이면 충분할 것이고, 운동경기에서도 고작 100분의 1초로 승부를 가른다. 그럼 사람들은 왜 세슘 원자시계가 제공하는 수십억분의 1초의 구분도 부족해 더욱 정확한 원자시계..
동요는 어린이를 위한 노래다. 동시에 어린이가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가요가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동요가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노래’인 건 지금도 분명해 보인다. 남녀간의 사랑을 주요한 소재로 삼는 가요와는 달리 동요에는 과학 원리가 스며들 만한 소재가 많다. 동물을 통한 의인화, 기상 현상 등이 노랫말의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민 동요’ 몇 개를 살펴보며 그 안에 숨은 과학 원리를 살펴보자. 먼저 동물은 동요에 가장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노랫말에는 대개 가족을 서로 보듬고 사는 동물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곰 세 마리’가 그렇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지난해 한 방송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전국의 3~7세..
2006년 세 번이나 입국을 거부당한 분이 있다. 이 분은 머나먼 땅 사람들의 피와 살이 되기 위해 비행기 타고 날아왔다가 말 그대로 이국에 뼈를 묻었다. 커봤자 13mm x 6mm x 2mm 정도, 살코기 사이에 보일락 말락 끼어있던 손톱만한 미국산 소 뼛조각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차디찬 소각장 어느 구석에서 한 줌의 연기로 사라졌다. 그깟 뼈조각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뼈로 곰탕 고아먹으면 큰 일이 날 수도 있다. 뼈에는 여러 물질이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운 물질도 뼈에 담기지만 무시무시하게 해로운 물질들도 뼈에 담긴다. 과연 뼈는 무엇을 담을 수 있는 걸까? 먼저 뼈에는 21세기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인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종 프리..
유리도 순식간에 녹는 온도인 400℃에서 생물이 살 수 있을까? 작년 12월 11일, 국제 해양 생물 개체수 연구팀은 대서양 해저 3.2km지점에 있는 뜨거운 열수구에 새우가 살고 있다고 발표했다. 펄펄 끓는 물에서도 살아남는 그야말로 ‘독한’ 새우다. 하지만 이 새우 말고도 ‘독한’ 생물이 또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생물인 초고온성 미생물(Hyperthermophile)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초고온성 미생물은 최소 80℃가 넘는 곳에서 사는 미생물을 말한다. 이 생물은 1980년대 해저 화산 분출구 지역에서 독일의 스테터 박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뒤로 현재까지 수십 종이 발견됐다. 파이롤로부스 퓨마리(Pyrolobus fumarii), 써모토가 네아폴리타나(Thermotoga neapoli..
별주부가 토끼의 간을 찾으러 떠억~하니 뭍으로 올라왔는데, 아니 사방천지 어디에서 토끼를 찾는단 말이오. 막막하고 막막해 천지신명에게 빌 제 인근 수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필시 토끼라. 별주부가 기뻐하며 목을 길게 빼 수풀을 바라보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자 토끼가 아니라 사냥꾼이더라. (얼~쑤!) “어이, 납작한 친구. 혹시 이리로 사슴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나?” “사슴이라 함은 붉은 갈색 털에 나뭇가지 뿔 달린 짐승인데, 저는 보지 못했소.” “역시 나무꾼이 거짓말을 한 게로구나. 하기야 그 후부터 사슴의 똥이 보이지 않으니.” “똥 말이오?” “동물을 추적할 때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똥이지. 동물들은 모두 다른 똥을 누기 때문에 똥을 찾으면 동물을 찾을 수 있지.” “그럼 혹시 토끼도 찾을..
고대 이집트 미라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다.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상식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장례 방식이 아님은 물론이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천 년 전 숨을 거둔 시신이 온전하게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은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한편으로는 공포스럽기도 하다. 이집트인이 사체를 보존한 건 영혼이 돌아올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죽었지만 현실 세계를 완전히 떠나진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테면 삶을 준비하는 죽음이다. 미라가 어느 순간 ‘벌떡’ 일어나 어기적거리며 걸어오는 상상도 가능하다. 실제 몇몇 할리우드 영화는 사회적인 탄생 배경이 전혀 다른 ‘좀비’를 미라의 친척뻘로 간주한다. 미라는 고대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존재한다. 공산권 최고지도자를 방부 처리하거나 불치병에 걸린..
예로부터 조상들은 해, 구름, 산, 바위, 물,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불로초를 ‘십장생(十長生)’이라 부르며 오래 산다고 여겼다. 잘 살펴보면 앞의 5개는 무생물이고, 나머지 5개는 생물이다. 생물 중에 소나무(500년)와 거북이(200년)는 오래 살지만, 사슴(30년), 학(20년), 영지버섯으로 추정하는 불로초(2개월)는 십장생이란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수명이 짧다. 사실 십장생의 실제 수명이 얼마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십장생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오래살고 싶은 인류의 꿈’이 중요하다. 과거의 십장생이 고고한 선계의 이미지를 기준으로 선정됐다면, 현대의 십장생은 분자생물학을 이용해 만든다. 동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비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수명 연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
술자리에서는 담배의 유혹을 참기 힘든 이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평소에는 금연을 잘 하다가도 술자리에서는 담배의 유혹을 참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미국 로스웰파크 암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해 밝혀졌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알코올이 니코틴의 분해를 촉진해 니코틴이 체내에 있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담배를 더 찾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흡연자들에게 술을 끊게 한 후, 4주, 7주 간격으로 코티닌의 혈중수치를 측정했다. 코티닌은 니코틴의 대사산물로 담배연기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술을 끊고 4주가 지나서야 니코틴의 대사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니코틴의 대사 속도가 빨라져 분해가 빨리되면, 그만큼 담배 생각이 절실해 지고 금단현상도 심해진다. 효과적인 금..